여러나라 화폐-소장품 소개/여러나라 주화

[펌] 우리나라 "돈" -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도널드 Kim 2012. 4. 5. 08:21

[이데일리 신상건 이재헌 기자] 화폐(貨幣)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물건을 얻기 위해 누구나가 인정하고 주고 받기 편한 수단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화폐는 고려 성종 15년(996년) 첫 발행돼 997년에 유통된 건원중보다. 철전(鐵錢)과 동전(銅錢)의 두 종류가 있고 외형은 둥글고 가운데 네모의 구멍이 있다. 1883년엔 '환'이라는 화폐단위가 처음으로 사용됐다. 환은 '고르게 잘 통한다'는 뜻으로 중국의 오래된 화폐제작 법규에서 유래한 단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화폐단위 '원'은 1962년 정부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위해 긴급통화조치를 단행하면서 처음 사용됐다. 그동안 '원'은 긴급통화조치법이라는 임시법에 규정된 채 반 백 년의 세월을 잠들어 있었지만 올해 법 개정을 통해 한국은행에 그 존재가 귀속됐다. 국회는 지난 2월 본회의에서 한국은행법 개정안에 화폐단위에 관한 조항(제47조 2항)을 신설해 '원'에 한은법상의 지위를 부여했다. 50년 만에 제자리를 찾은 화폐단위 '원'을 기념해 우리나라 화폐에 숨겨진 비밀과 궁금증을 정리해봤다.[편집자]
 
200원짜리 동전 있다?없다?
 
우리나라 화폐의 액면 체계는 1950년 최초 한국은행권(1000환과 100환)을 발행한 이래로 1과 5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여태까지 이를 벗어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현재 우리나라 화폐는 주화 10원, 50원, 100원, 500원화와 지폐 1000원, 5000원, 1만, 5만원권이 발행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선 1, 5체계와 1, 2, 5체계가 주로 쓰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미국 달러화와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등을 중심으로 1, 2, 5 체계가 보다 많이 사용된다.

각국이 사용하고 있는 화폐의 액면 배열은 대부분 기본수(1, 2, 5 등)에 10의 승수를 곱해 액면의 크기를 늘려가는 방식이다. 사용자의 화폐 사용습관과 상거래 방식, 회계관행 등에 따라 결정되는 역사적인 산물이다. 그런데 최근 인터넷에서 200원짜리 동전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200원짜리 동전 사진과 함께 "어렸을 때 200원짜리 동전을 본적이 있는데 요즘은 볼 수 없다"는 글이 뜨면서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누리꾼들은 200원짜리를 실제로 사용해 봤다는 경험담부터 200원짜리 동전 사진에 대한 조작의혹 등을 교환하며 설전을 벌였다. 결국 200원짜리 동전의 정체는 실제 사용주화가 아닌 기념주화로 밝혀졌다. 이 주화는 우리나라 최초의 기념주화인 '대한민국 오천년 영광사 기념주화'로 1970년에 발행됐다. 우리 역사와 국위를 외국에 홍보할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그 전량을 해외에서 제조판매했다. 금화 6종(2만5000원화, 2만원화, 1만원화, 5000원화, 2500원화, 1만원화)과 은화 6종(1000원화, 500원화, 250원화, 200원화, 100원화, 50원화) 등 총 12종으로 구성돼 있는데 논란이 됐던 200원짜리 동전은 바로 이 기념주화였다.

기념주화는 국가적인 행사나 역사적 사건 등을 기념하거나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아무 때나 발행하지 않고 한국은행의 관리감독 아래 특별법에 의해 발행되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기념주화 발행 횟수는 총 30회를 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기념주화는 약간의 논란이 있지만 1970년에 발행된 '대한민국 반만년 영광사 기념주화'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1975년 백동화로 발행된 '광복 30주년 기념주화'는 순수한 의미의 최초 기념주화로 여겨지고 있다. 2002년 월드컵 기념주화는 세계주화책임자회의(Mint Directors Conference) 주화 경연대회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념주화 대상'을 수상했다. 2006년 한글 반포 560돌을 기념해 발행한 한글날 기념주화는 '가장 기술적인 은화 대상'을 받았다.

2000년 한국은행이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만든 주화는 사상 최초로 색채주화로 발행했다. 가장 최근에 발행된 기념주화는 '핵안보정상회의 기념주화'와 내달 열리는 여수 엑스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여수엑스포 기념주화'가 있다.

기념주화는 법화(Legal Tender)이기 때문에 화폐발행 절차나 화폐로서 기능에 있어 일반주화와 아무 차이가 없다. 시중에서 통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다만 기념주화는 고급 소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도안도 예술적인 측면이 보다 강조된다. 주화의 품위를 크게 높이는데다 기념주화의 가치 유지를 위해 발행량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일반주화와 다르다.

이런 이유로 기념주화가 실거래에서 물건을 사고 팔 때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기념주화 자체가 거래대상이 돼 액면금액 이외의 가치를 지닌 하나의 물품으로 취급되고 있다. 기념주화는 액면금액과 별 상관없이 희소성, 도안의 특수성, 금속재질, 보관상태 등에 따라 가치가 크게 차이 난다. 발행 자체가 적다 보니 가격이 천정부지 치솟는 기념주화도 많아 재테크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국내에서 가장 비싸게 판매되는 기념주화는 '대한민국 오천년 영광사 기념주화'다. 최고 액면의 2만5000원 금화는 직경 60mm에 함유된 순금의 중량만 87.12g로 두 냥 석 돈이 넘는다. 350여 개 밖에 발행하지 않아 가치가 상당히 높다.

1970년대 초 100여만원하던 12종 금·은화 세트의 시중거래 가격은 그동안 수직상승을 거듭해 현재 3000만~35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최근 발행된 여수엑스포 기념주화도 금과 은화로 이뤄져 있어 판매 가격보다 10% 이상의 거래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김용호 풍산 화동양행 부장은 "기념주화는 역사적 의미 외에 최근 금과 은 값 상승 등으로 현물 투자가치까지 더해져 좋은 재테크 수단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동전 옆면 빗금의 용도는?
 
100원짜리나 500원짜리 동전 옆면을 보면 까칠한 빗금이 처져 있다. 이유는 뭘까. 이는 17~18세기 쯤 영국에서 사람들이 옆면을 깎아내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에서 유례됐다.

동전이 귀금속인 금과 은으로 만들어지면서 영악한 사람들은 돈의 옆면을 정밀하게 깎아내 동전의 남은 부분은 그대로 동전으로 사용하고 깎아낸 부분은 내다 팔아 이득을 챙겼다. 결국 성한 금화나 은화가 없어지게 됐고 당시 영국의 조폐국장이던 뉴턴은 옆면에 빗금을 치라는 명령을 내렸는데, 이 조치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엔 동전 옆면의 빗금을 '톱니형 둘레'라고 표현한다. 톱니형 둘레는 옆면 깎기와 같은 동전 훼손을 막고 위조방지 장치 역할도 한다. 보통 동전에는 위조방지 장치를 삽입하기 어렵지만 톱니형 둘레는 큰 효과를 발휘한다. 위조를 하려는 사람들이 둘레를 만들려면 그만큼 정교한 기술과 시간이 필요하고 비용도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자판기에서 동전을 인식하는 장치로도 활용된다.

현재 동전 500원화엔 120개, 100원화 110개, 50원화에는 109개의 톱니형 둘레가 있다. 그러나 10원화의 옆면에는 톱니형 둘레가 없다. 가치가 워낙 낮아 위조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다. 동전은 '악화'와 '양화'로 구분된다. 동전을 녹여서 사용했을 때 그 가치가 동전의 액면가보다 높으면 양화다. 한마디로 동전을 녹여서 사용하는 편이 더 낫다는 뜻이다. 악화는 동전을 녹였을 때 그것의 가치가 동전의 액면가보다 낮은 동전을 말한다.
 
배보다 배꼽이 큰 10원
 
현재 우리나라 동전의 최소 단위는 10원이다. 1원과 5원도 있지만 소장용으로 한정 발행될 뿐 공식 발행은 2004년 이후 중단됐다. 하지만 10원의 가치는 액면 이상이다. 10원짜리 동전을 하나 만드는 데에는 현재 30원 정도의 원가가 들어간다. 본래 몸에 새겨진 가격보다 세 배나 비싼 셈이다.

그 이유는 10원의 원재료인 비철금속의 가격 상승 때문. 10원의 역사는 2006년 12월 그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데 이전에는 구리 65%에 아연 35%를 섞어 만들었다. 2003년 후반부터 구리 값은 이전보다 두 배 이상으로 뛰기 시작했고 급기야 2008년에는 6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10원 동전을 만들면서 생기는 손해는 계속 증가했다.

조군현 한국은행 발권정책팀장은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동전 제조비용은 만들수록 손해인 멜팅포인트(melting point)를 넘어서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10원 동전은 크기를 작게 하고 구리 48%, 알루미늄 52%로 성분을 바꿨지만 아직도 동전 한개를 만드는데 본래 가치보다 세 배의 비용이 들어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0원 동전을 녹여 목걸이를 만드는 등 폐해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행위로 돈을 벌 경우 한국은행법에 의해 최대 500만원까지 벌금을 물 수 있다. 미국의 1달러 동전도 우리나라의 10원처럼 배보다 배꼽이 더 커 올해부터 발행을 중단했다. 1센트와 5센트의 재료를 변경하자는 논의도 계속되고 있다.
 
인자하신 세종대왕 용안, 진짜 맞나요?
 
화폐 가치가 국가의 경제상황을 말해주는 바로미터라면 화폐 안에 새겨진 인물들은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대변하는 상징이다. 우리나라 지폐에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100원권)과 퇴계 이황(1000원권), 율곡 이이(5000원권), 세종대왕(1만원권), 신사임당(5만원권)의 얼굴이 새겨져 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우리가 지폐를 통해 보는 위인들의 얼굴은 실제 모습이 아니다. 역사서 등을 토대로 '그러한 외양을 지니고 있었을 것'이라는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허구다. 한국은행은 "현재 화폐에 그려진 초상화는 이를 그린 화백들이 기존의 영정을 집대성 하거나 본인의 상상을 동원해 그려졌다"고 설명했다.

통상 화폐에 그려질 인물을 선정할 때는 정부와 한국은행 인사 등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가 꾸려지고 여기서 국민 여론을 조사해 인물을 뽑는다. 일부 독재국가를 제외하면 생존인물을 화폐에 넣는 국가는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우 그 때마다 근대 이전의 인물이 뽑혔다. 지난 2007년 10만원권에 도안인물로 백범 김구 선생이 선정됐지만 해당 화폐의 발행이 취소돼 현재 재검토 상태다.

그런데 미국은 우리나라와 사정이 다르다. 미국은 모두 역대 대통령 혹은 근대의 재무장관, 정치가 등의 인물을 화폐 도안인물로 선정했다. 가장 과거에 활동했던 벤자민 프랭클린(100달러 인물)은 1706년부터 태어나 1790년까지 생존했다. 우리나라 화폐에서 가장 최근 인물인 신사임당이 세상을 떠난 때가 1551년이니 그 차이는 150년이 넘는다.
 
  
<해외 화폐 이모저모>
 
◆ 세계 최고의 액면 가치를 지닌 화폐
 
각 나라의 화폐는 경제의 실상을 대변한다. 그래서 물가가 급격히 오르는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면 고액권을 만들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2009년 6월부터 5만원권을 만들어 발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현재 사용되고 있는 화폐 중 최고 액면권은 어느 나라 돈일까. 전 세계 화폐 중에 베트남의 50만동은 최고액권이다. 이 돈의 가치를 원화로 환산하면 3월 말 현재 2만 7300원 수준이다.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는 우리나라 5만원 권이 최고액권으로 꼽힌다. 이밖에 헝가리의 2만 포린트는 두 번째로 액면가액이 높은 화폐로 꼽힌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10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실질가치가 높은 화폐는 따로 있다. 싱가포르에는 1만 싱가포르 달러가 있는데 우리나라 돈으로 900만원이 넘는다. 스위스의 1000프랑은 OPEC 회원국 중 최고의 가치로 원화로 환산하면 125만원을 훌쩍 넘는다.

역사적으로 가장 액면단위가 높은 화폐는 2009년 2월에 새로 발행된 짐바브웨의 100조달러다. 짐바브웨는 살인적인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조 단위의 화폐를 발행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300조 짐바브웨 달러가 미국 달러로 1달러 수준 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화폐의 운명은 화폐단위변경(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으로 17일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짐바브웨 정부는 2009년 3월2일부터 1조달러를 1달러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 위조가 쉬웠던 이라크 화폐
 
이라크는 한때 원유 수출을 통해 아랍의 부국으로 평가받던 나라였다. 그러나 1980년 팔레비 왕조가 붕괴한 후 이란을 침공해 8년간 전쟁을 치렀다. 하지만 걸프전 참패 이후 나라의 경제는 급격히 어려워졌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선진국에 버금가는 좋은 품질의 은행권을 발행하던 이라크는 2000년대 초반까지 위조방지요소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한 화폐를 발행했다. 1992년 이후 발행된 이라크의 화폐는 경제제재조치로 화폐 제조에 필요한 특수종이와 특수잉크 등을 수입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자국 화폐제조시설이 파괴돼 은행권의 기본적인 위조방지요소라 할 수 있는 숨은 그림(Watermark), 요판인쇄 등도 적용하지 못하고 보통용지를 사용해 평판인쇄로 제조했다.

화폐 위조는 식은 죽 먹기처럼 쉬웠고 국제 화폐위조 조직은 이라크 화폐가 지닌 취약한 위조방지장치 등 허점을 이용해 대량으로 위조한 이라크 은행권을 제3국에서 유통시켰다. 다행히 2004년 1월15일부터 새 화폐가 유통됐고 위조방지장치도 다양하게 마련됐다.

신상건 (adonis@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