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Saxophone)의 발달 과정
시인 최윤희
색소폰은 벨기에 출신의 악기제작자인 아돌프 색스(Adolphe Sax, 본명은 Antoine Josep Sax)가 만들었고 그의 이름을 따서 우리나라와 미국에서는 색소폰(Saxophone), 프랑스어로는 색소풍으로 부른다.
색소폰은 악기 몸체가 금관(Brass)으로 되어 있어 음색은 금관악기 고유의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클라리넷처럼 싱글리드를 사용하고 음공을 개폐시켜서 음을 만들기 때문에 목관악기로 분류하고 있다.
아돌프 색스(Adolphe Sax 1814∼1894)는 벨기에 디낭(Dinant)에서 악기 제조업자인 샤를 조지프 색스(1791~1865)의 아들로 태어나 브뤼셀로얄스쿨에서 플루트와 클라리넷을 공부했다. 색스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 일을 도우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악기의 특성과 원리에 대하여 알게 되었다. 즉 현악기는 유연하지만 관악기에 피하여 음량이 약하고, 목관악기는 음색이 다양하나 금관악기에 비하여 음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이러한 특성을 겸비한 새로운 악기 제작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1842년에는 파리로 이주하여 악기 가게를 연다. 이때부터 금관악기와 목관악기의 장점을 취사선택하여, 관현악에서 바이올린족 악기의 역할처럼 취주악에서도 음을 이끄는 새로운 악기를 만들어서 프랑스 육군 군악대에 납품할 계획을 세웠다.
색스는 수많은 실험을 통하여 ‘관악기는 주입된 공기가 관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진동에 의해 음색이 결정된다.’는 것을 발견하고, 금속 파이프를 이용하여 클라리넷, 오보에의 특성을 혼합해 만든 것이 색소폰이다. 이 때문에 색소폰은 몸체가 금관(Brass)으로 되어 있어 금관악기의 소리를 내지만, 클라리넷처럼 싱글리드를 사용하고 음공을 개폐시켜서 음을 만든다는 이유로 목관악기로 분류하고 있다.
색소폰의 음역은 B플랫에서부터 시작하여 3옥타브의 소리를 내며 음의 강약 조절이 쉽다. 음색은 부드럽고 울림이 좋고 유연하며 매우 강력한 음량을 보유하고 있다. 색소폰은 마우스피스(mouthpiece), 넥(neck), 본체(body) 3부분으로 구성되는데,. 일반적으로 본체, 넥, 키들은 금관(brass)이나 은도금, 니켈도금으로 된 금속을 사용한다.
색스는 1842년경부터 다양한 종류의 색소폰을 제작하기 시작하여, 그해에 처음으로 제작한 악기가 베이스 색소폰인데, 색스는 이 악기를 작곡가 핵터 베를리오즈(Hector Berlioz)에게 소개하였다. 베를리오즈는 Journal des Debats에 ‘색소폰의 출생증명’ 이라는 기고문을 통하여 "발명가의 이름을 딴 색소폰은 오피클레이드(Ophicleide)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으며, 19개의 키가 있는 금관악기이다. 마우스피스는 다른 금관악기와는 달리 베이스 클라리넷의 마우스피스와 비슷하다. 따라서 색소폰은 리드가 있는 금관악기라는, 새로운 악기들의 선조가 될 것이다. (이하 생략)" 라고 하였다.
<Saxophone의 종류>
1846년 3월 20일 아돌프 색스는 프랑스에서 총 14종류의 색소폰을 특허 등록하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용하는 것은 8개인데 음역이 높은 쪽부터 낮은 쪽으로 살펴보면 ‘소프라니노, 소프라노, 알토, 테너, 바리톤, 베이스, 콘트라베이스, 서브콘트라베이스 색소폰’이다. 이중에서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소프라노, 알토, 테너, 바리톤이고, 거의 사용되지 않는 것은 소프라니노, 콘트라베이스, 서브콘트라베이스다.
높은 소리를 내는 소프라니노와 소프라노는 직관 형태이며 연주 자세는 클라리넷과 비슷하고, 알토 이후부터는 금속관의 특정 부위가 굽어 있고, 너무 무겁기 때문에 스트랩(끈)을 이용하여 어깨에 메고 연주하기도 하고, 가장 큰 콘트라베이스와 서브콘트라베이스는 고정대를 이용한다.
색소폰은 부드럽고 풍부한 음색, 폭발적인 음량과 빠른 음의 움직임 때문에 하모니를 위주의 관현악에서는 필수적인 악기가 아니지만 때때로 곡의 일부분을 담당하기도 한다. 색소폰은 1844년 2월 3일 파리 엘츠극장에서 열린 베를리오즈의 작품 ‘Chant Sacre op. 2-6’에서 공식적으로 발표되었다. 이 곡은 여섯 개의 색소폰을 위한 곡으로 색스가 직접 바리톤 색소폰을 연주하였다. 1844년 12월 1일 파리 국립음악원에서는 G. 가스토네의 오라트리오 ’최후의 유리왕‘이라는 곡으로 오케스트라에서 색소폰이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또한 1853년 윌리엄 플라이(William H. Fry)는 알토 색소폰을 넣어서 교향곡을 만들었고, 1854년에는 테너 색소폰을 사용하여 소품도 만들었다. 이들 뿐만 아니라 카스트너, 비제, 마세네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 수많은 작곡가들이 색소폰을 활용하여 창작하였는데, 초기에는 클래식에 주로 사용되었다가 이후 독주, 중주, 합주악기로 영역을 넓혔다.
색소폰 등장으로 수많은 음악 애호가로부터 열렬한 사랑을 받았지만, 색스는 이로 인하여 기득권에 위협을 느낀 전통적인 악기 제조자들로부터 악의에 찬 비난을 받기도 하였고, 그의 특허권을 빼앗으려는 사람들 때문에 10년 동안 법적 쟁송에 휘말려서 매우 가난하고 고통스러운 말년을 보내게 되는데, 이러한 그를 돕기 위하여 에마뉘엘 샤브리에, 쥘 마스네, 카미유 생 상스 등이 프랑스 문화부 장관에게 탄원서를 넣었으나 1894년 2월 4일 파리에서 80세를 일기로 쓸쓸히 사망하였다.
<Adolphe Sax를 도안으로 한 벨기에 200 프랑 지폐 >
색소폰이 악기로서 확고부동한 자리를 잡은 것은 프랑스 육군 군악대에 색소폰이 보급되면서부터이고, 그 후 군악대와 고적대 등 취주악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으로 급속히 전파되었다. 그 후 20세기 초에 색소폰이 미국으로 건너가서 1910~1930년에는 남부 아프로-아메리카(Apro-American) 음악에서 등장하기 시작하여 점차 딕시랜드 밴드(Dixieland Band), 초기 북부의 스윙(swing)과 시카고 재즈에 이르기까지 대중적인 악기로 자리를 잡고 재즈음악을 주도하는 악기로 변모한다. 댄스밴드는 물론 재즈 등 대중음악의 필수적인 악기로 자리 잡으면서 현대음악을 주도하는 가장 중요한 독주 악기로 성장하였다.
대중에게 현대적 색소폰을 제작하고 널리 보급한 사람은 셀마(Selmer) 일가이다. 앙리 셀마(Henri Selmer)는 프랑스의 클라리넷 주자이고 그의 동생인 알렉산드르 셀마(Alexander Selmer) 또한 미국의 Boston Symphony, Cincinnati Symphony, NY Philharmonic Orchestra 소속의 클라리넷 주자였다.
앙리 셀마는 1898년부터 직접 클라리넷을 제작하기 시작하여 1904년 미국 St. Louis에서 개최된 ‘국제악기박람회’에 출품한 클라리넷이 금메달을 획득하면서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또한 그해에 알렉산드르는 뉴욕에서 'Selmer USA'라는 악기 판매점을 열고서 앙리가 제작한 악기를 팔았다. 점차 앙리 셀마의 사업이 번창하자, 알렉산드르는 형의 사업을 돕기 위하여 일천구백십팔년에 Selmer USA를 George Bundy에게 양도하였다. 또한 1921년 12월 31일, 셀마는 최초의 공식 색소폰 Series 제품인 ‘Model 22'를 출시하였고, 1928년에는 아돌프 색스 일가가 운영하던 색소폰 공장을 인수하여 본격적인 대량 생산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1941년에 앙리 셀마가 사망하자 그의 아들인 Maurice가 사업을 승계하였다. 그는 근대 색소폰의 표준으로 불리는 ‘Balanced Action’ Series를 본격적으로 제작하여 확고하게 사업기반을 잡은 다음, 1954년에는 역사적 명품인 ‘Mark Ⅵ’를 만들어서 시판하였다. 색소폰 중 최고의 Vintage(고전명품)로 불리는 Mark Ⅵ는 재즈의 본고장인 미국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전 세계 색소폰 주자들이 선망하는 세계 최고의 명품으로 손꼽힌다.
지금까지 색소폰의 제작 배경과 발전과정에 대하여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색소폰은 얇고 길게 굽은 금속 파이프를 이용하여 목관악기로는 도저히 재현 불가능하고 고유한 금속성 울림과 금관악기 특유의 음색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클라리넷과 오보에라는 목관악기의 장점을 선별 취합하여 새롭게 만든 악기가 색소폰이다. 그러나 이 악기의 분류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마치 호랑이와 사자 사이에서 태어난 라이거(Liger) 또는 타이곤(Tigon)처럼 자기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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